여러분은 이번 올림픽, 어떻게 보셨나요? 올림픽을 꽤나 관심 있게 보셨다면 마냥 좋은 평가만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요. 참 여러 가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었습니다. 저도 화를 내면서 보다가 급기야 '올림픽의 의미'에 대한 의문이 들어 분노의 서치를 해보기도 했죠. 그런데, O.M.G. 그러다 올림픽이 갖고 있는 더 다양한 문제들을 발견해버렸지 뭐예요? 강제 철거와 이주, 선수들에 대한 폭력, 올림픽이 파괴하는 환경까지... 

이러이러한 이유로 3월의 이엪지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에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전달하려 합니다. 올림픽은 앞으로도 2년에 한 번씩 있을 텐데, 저는 점점 더 나아진 올림픽과 함께하고 싶거든요. 조금 뒷북같기도 하지만... 2년이나 앞선 거라고 해두겠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올림픽과 환경의 관계를 살펴볼게요. 

최근 들어 기후위기가 올림픽 경기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2021년에 치러졌던 2020 도쿄올림픽.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라 많이들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최악의 폭염 올림픽'이라는 악명을 쓰기도 했던 올림픽이었죠. 올림픽 기간의 도쿄 기온은 32~35℃, 습도도 무려 80%에 이르렀는데요.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그렇게 더운 날씨가 아닐 수 있지만, 스포츠 경기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어요.

폭염 탓에 러시아 양궁 선수 스베틀라나 곰보예바는 화살을 쏜 후 점수를 확인하던 중 쓰러졌고, 남자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들은 경기 후 고통을 호소하고 구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수질 문제도 원인으로 꼽혀요.)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30명의 스태프와 자원봉사자가 올림픽 기간 첫 주 동안 온열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해요. 이와 같은 상황 탓에 일부 선수단은 새벽에 훈련을 하기도 하고, 일부 경기의 시간이 변경되기도 했으며, 마라톤이나 경보 경기는 아예 기온이 낮은 삿포로에서 진행되었어요. 그런데 20년 만의 이례적 폭염으로 삿포로의 기온이 도쿄보다 더 높은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더 놀라운 건, 기후위기의 타격을 받고 있는 올림픽이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한두 번 쓰고 철거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 경기장과 시설물을 만드는 것을 비롯해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최근 올림픽들을 통해 알아볼까요?🧐

동계올림픽에 적합한 기후를 갖춘 곳은 일본의 삿포로 한곳밖에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어제 패럴림픽까지 마무리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00% 인공 눈을 사용해 경기를 치렀습니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인공 눈을 사용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100% 인공 눈으로만 경기장이 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스키장 하나를 인공 눈으로 덮기 위해서는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물이 필요해요. 이는 1억 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지리학자 카르멘드종은 이에 대해 "약 반 년 동안 근처 자연 생태계의 물이 고갈되어 지역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어요.

게다가 스키장이 건설된 곳은 희귀 야생생물이 사는 자연보호구역이었는데,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장 건설 지역만 보호 구역에서 제외한 사실이 밝혀졌죠. 중국은 인공제설을 위해 경기장에 두 달 내내 인공 눈을 뿌렸는데요. 이 제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인공 눈의 수명을 최대화하기 위해 첨가한 화학물질이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날씨가 급격히 따뜻해진 탓에 인공 눈이 녹으면서 패럴림픽 스노보드와 알파인스키 경기 일정이 앞당겨졌고, 선수들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어요.

사실 인공 눈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문제예요. 앞으로의 동계올림픽은 거의 이렇게 치러질 전망이라는 점에서 큰 우려가 됩니다.😰

4년 전 우리나라에서 치러졌던 평창 올림픽도 큰 문제를 낳았어요. 세계 최고의 스키 시설이라고 불린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은, 시설 철거 여부를 두고 오랜 시간 갈등이 있었습니다. 

가리왕산은 원시림 생태계를 유지한 국가보호산림이었는데요. 2011년에 평창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 산림청은 원상 복구를 전제로 보호 구역을 부분 해제했어요. 그렇게 최소 5만 8천 그루의 나무가 벌목되었죠. 환경단체는 실질적으로 10만 그루 이상이 베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자 당초 합의된 바와 다르게 관광시설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주민 측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졌고, 결국 2021년이 되어서야 경기장을 철거하고 산림을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원상 복귀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리고, 비용도 수백억 원이 드는데요. 심지어 곤돌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3년 더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됐어요. 녹색연합은 이에 대해 “곤돌라를 존치하는 것은 가리왕산 정상부에 관광시설을 허가하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관광지로 전락시키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곤돌라가 있는 이상 사람들이 드나들 것이고, 보호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거죠. 

사실 이건 가리왕산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빙상 경기가 개최된 강릉에서도 도립공원 보호 구역을 부분 해제하여 호텔과 리조트 건설 사업이 진행됐었죠. 게다가 위에서 살펴본 베이징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희귀 야생 생물이 사는 자연보호구역에 스키장을 건설한 중국은 앞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잠깐 사용할 시설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올림픽과 환경 파괴의 관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리우 올림픽 기준으로 올림픽 기간에 소비된 음식물의 양이 6,000톤, 발생한 쓰레기양은 17,000톤이었어요. 또 비행기를 타고 오는 전 세계 관계자가 28,500명, 대회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버스가 1,500대였는데, 그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은 360만 톤이었죠. (참고로 석탄화력발전소 하나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0만 톤!) 

사실 환경을 고려해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는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 처음 등장했는데요. 부정적인 사례만 보면 괜스레 암울해지니😥 인상적인 사례도 몇 가지 살펴볼게요.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모든 건물마다 빗물 저장고를 설치해 물을 재사용하도록 했고, 교통문제로 인한 대기오염과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올림픽 경기장 내에는 차량 운행을 금지시켰어요. 시드니 올림픽은 이후 개최국들이 보다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친 올림픽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버려진 건축폐기물과 런던 경찰이 그동안 압수한 칼, 총, 각종 무기류, 열쇠들 등을 녹인 고철을 주재료로 주 경기장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어요. 또, 설계부터 올림픽 이후의 활용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였죠. 8만 석의 좌석 중 5만 5000석은 임시 관람석으로, 대회 종료 후 철거하여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현재는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물론 둘 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았던 시기의 일이라, 이 사례만 보고 '친환경 올림픽'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베이징 올림픽 이후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 지금, 기후위기 관점에서 올림픽이 갖는 의미는 또 무엇일까요? '가짜 친환경'이 아닌, 행사 준비 과정부터 행사 이후까지 최선의 방향을 고민하는 올림픽,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요? 

🌲 FEB : 님은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숲을 마주하고 있나요?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던 숲은, 사실은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급작스러운 기후변화가 숲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데요. 저희는 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숲을 떠올리며 숲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숲과 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매거진을 만들었답니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만나는 도시숲과 나무들, 그리고 저 너머 바다숲까지 다채로운 숲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건 어떠신가요? FEB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독자 여러분들도 숲을 거닐어 보고, 씨앗도 직접 심어 보며,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도 숲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