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약 3개월간의 휴재(근데 이제 꾸준한 재발행을 곁들인,)를 마치고 드디어 이엪지 뉴스레터가 돌아왔어요!👏

이번 8월의 주제는 바로 '탈시설'이에요. '탈시설'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이번 한 달은 이엪지와 함께 시설이란 공간이 무엇인지, 탈시설 운동은 왜 하는 건지 알아보고, '시설'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확립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월 29일, 브랜디가 너무 좋아하는 닷페이스에서 탈시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음성모임을 진행했어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한다는 것의 의미와, 시설을 나오려는 장애인을 위한 제도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죠. 음성모임 외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서도 의견을 나눌 수 있었는데요, 그중 인상 깊은 대화가 있었어요. 

A : 고등학교 때 꽃동네 봉사 갔던 기억이 나요. 장애인에게 봉사해주고 비장애인인 우리는 감사하며 살자는 식의 얄팍한 감상을 나누고 돌아갔던...

B :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매년 봉사활동을 갔었어요. 어렸을 때는 단순히 요양병원인 줄 알았는데도 그 공간에 묘한 이질감을 느꼈죠. 탈시설 이슈를 팔로해가면서 꽃동네라는 곳이 장애인 시설이고, 이런 곳이 전국에 퍼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왜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늦게나마 깨닫게 됐어요. 그 공간은 내가 먹고 자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네요.

C : 저는 장애인인데 봉사를 갔더니 거기 계신 선생님들이,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라고 하셨어요. 저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분들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런 걸 느끼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나 싶었죠.

세 분의 대화를 보고 '시설'과 '봉사활동'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내가 '가는' 곳 혹은 '갈' 곳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공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 '선행'을 베풀고 잠깐의 뿌듯함과 봉사 시간을 챙겨가는 사람들. 그런 익숙한 장면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묘한 권력관계가 보이기도 했어요. 그 권력은 시설 수용이 누군가에게 견딜 수 없는 폭력임에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오늘 이엪지 뉴스레터에서는 장애인 시설을 포함한 '시설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탈시설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지 알아보려 합니다. '시설 수용이 왜 폭력이야?'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오늘 뉴스레터를 꼼꼼히 읽어주시길 바라요! 이엪지와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거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메일 하단의 '탈시설, 더 궁금한 게 있나요?'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탈시설 운동에서 말하는 '시설'이란 무엇일까요?

장애인 시설을 중심으로 탈시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부모, 탈북민, 난민, 미등록 이주민, 아동청소년, 노숙인 등의 시설을 모두 없어져야 하는 공간으로 보고 있어요. 

왜일까요?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곳을 없애면, 이 사람들은 어디로 가라는 걸까요?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닐까요?🤔

여러분은 '집'이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비바람을 막아 주는 따뜻한 공간, 안전하게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집'의 전부일까요? 저에게 집은, 내가 제일 나다울 수 있는 곳, 출입이 자유롭고, 내가 함께 살길 원하는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곳을 의미하기도 해요.

탈시설 이슈를 처음 접했을 때의 저는, '그냥 시설을 좀 더 좋은 공간으로 가꾸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탈시설 정책에서는 '탈시설'을 두 가지로 해석하는데요. 첫 번째는 '시설'을 떠난다는 의미의 탈시설이고, 두 번째는 기존 시설을 개혁한다는 의미의 탈시설이에요.

장애인거주시설이나 아동보호시설 등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셨을 것 같아요. 사건의 원인은 과연 직원 개인의 문제였을까요?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그 시설만 문을 닫으면 끝나는 일일까요? 책 <시설사회>는 "'무능력'과 '취약성'을 이유로 모여 집단적으로 거주하면 관리자와 위계가 발생하고, 필연적으로 규율과 통제, 폭력이 뒤따른다."고 말합니다. 폭력이 특정 시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죠. 위 뉴스를 보면 실제로 장애인 학대의 38%가 집단수용시설에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어요.

위 사진은 현재는 폐쇄된 시설인 '향유의집'에서 큰 편에 속한다는 방의 모습입니다. 저 방에서 4~5명 정도가 생활했다고 해요. 만약 그들이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라면 상황이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생판 남과 함께 그렇게 살아야 했죠. 중증장애인의 기저귀를 교체하는 것도, 옷을 갈아입히는 것도 모두 그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이루어졌어요. 

 

시설에서는 '관리 감독'을 명목으로 모든 것을 감시해요. 장애인의 경우 마음대로 밥도 먹지 못하고 외출도 할 수 없어요. 외출은 꼭 누군가와 동행해야만 가능한데, 직원 한 명당 돌봐야 하는 인원이 많으니 의사가 묵살되는 경우가 많죠. 

거리 노숙인의 약 30%는 시설의 이런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에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2016년 한 해 동안 청소년 쉼터를 찾은 청소년 중 55.9%는 자진해서 쉼터를 나갔어요. "노숙하는 한이 있어도 시설은 가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요양병원이나 정신장애인시설의 경우 퇴소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시설에 오래 생활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작용을 뜻하는 '시설병'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다는 사실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나타내는 듯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던져야 할 질문이 많습니다. '그래도 시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탈시설 이후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돌봄노동은?' '탈시설 이후 가족에게 돌아갔는데, 가족들이 더 극심한 폭력을 행사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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