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데이터 공백이 생기는 이유는 여성 데이터를 아예 수집하지 않거나 성별 데이터를 분리하지 않아서예요. 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의 저자,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젠더 데이터 공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그것이 대개 악의적이지도, 심지어 고의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라며, 남성 데이터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데이터라는 생각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말했어요.

오늘 이엪지 뉴스레터에서는, 다양한 젠더 데이터 공백 사례 중, 생명과 직결되어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인 '젠더 의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지난 3월 UN 산하 성별과 건강 연구소는 논문을 통해 "여전히 의약품 연구에서 성별 요인을 고려한 분석은 무시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모든 미래의 의약품은 생물학적 성별을 중요 변수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신속함이 중요한 백신 개발 당시에 성별 요인을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백신 개발은 '안전하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목표이므로 개발 단계에서 성별에 따른 반응을 나눠서 고려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거죠. 글쎄요, 그렇게 만들어진 '안전한 예방주사'가 세상의 절반에게는 안전하지 못하다면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인 미혼 여성 13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4%가 무섭고 두렵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방문을 망설이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그중에는 산부인과에서의 불쾌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다른 환자들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성 경험 유무에 대해 묻거나, 첫 성관계를 몇 살 때 했는지, 구강성교를 하는지 등 진료와 관련 없는 질문을 들었다고 해요. 심지어 출산 중 분만실에 수련의들이 사전 고지 없이 우르르 들어와 당황스러웠다는 사례도 있었죠. 사실상 가장 여성 중심적이어야 하는 산부인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산부인과 의사 교육 과정에 인권 감수성 교육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 같네요.🤨

여성뿐만 아니라, 간성이나 트랜스젠더 등 의학계의 ‘성’ 자체에 대한 고려가 현재 매우 부족한 상태예요. 트랜스젠더는 성확정수술이나 호르몬 치료와 관련이 없는 일반 진료를 받을 때도 혐오에 시달려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된다고 해요. 겉으로 보이는 성과 주민등록상의 성이 다른 경우 불편한 상황은 계속되죠. 심지어 병원을 찾은 트랜스젠더의 33.1%가 성별 정체성과 다른 병실, 탈의실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내원을 하게 된 증상에 대한 치료와, 환자가 평소에 하는 호르몬 치료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어요.

젠더 의학을 중심으로 알아본 '젠더 데이터 공백'.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해결책은 사실 생각보다 단순해요. 바로 모든 분야에 다양한 젠더의 진출을 늘리는 거죠. 여성을 포함해 그동안 의사 결정 과정, 연구, 지식 생산에서 배제되어 왔던 이들을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최고 결정권자 자리에도 자리하게 하는 거예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대책을 마련하는 주체가 될 수 있게끔요. 여성이나 트랜스젠더의 의견이 모든 과정에 반영되고 데이터에 남게 되면, 더 이상 성별이라는 기준 아래에서 나의 삶이 가려지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